이주영 감독의 '싱글라이더'
'싱글라이더(A single rider)'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병헌(강재훈역), 공효진(이수진역), 안소희(지나역) 출연 영화.
'기러기 아빠'라는 주 소재와 '워킹 홀리데이'를 부 소재로
가족의 의미, 인생의 의미에 대해 그려낸 영화이다.
주인공 이병헌이 영혼이 되어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찾아 떠나는 반전영화이기도 하다.
▼증권회사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강재훈은 부실채권으로 인해
가족, 지인, 자신을 믿었던 모든 사람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다는 실의에 빠지고 자신을 잃는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그저 열심히 살아서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성공이 되어 왔다.
그리고 자녀의 성공을 위해 아빠들은 어쩔 수 없이 기러기를 자처하고, 엄마는 아이의 유학을 위해 같이 외국길로 향했다.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강재훈은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는 사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하고 경제 구역 자체가 달라"라고 아내에게 말하며
자처해서 아내와 아이를 호주로 유학보낸다.
▼그리고 아내 이수진은 2년동안 호주에서 주체적인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가지만,
강재훈은 아들과 아내가 2년동안 호주에서 '많이 배우고 오겠지'라고만 믿고,
"아내와 아들을 여기다 보내놓고, 2년간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도 표현한다.
가족의 소중함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만을 위해 노력했던 것 때문인가.
(물론, 강재훈만의 탓만은 아니다. 결혼의 약속을 져버린 아내 이수진의 잘못은 더 크다.)
나중에 강재훈은 호주에서 아내를 지켜보는 동안 또 하나의 괴로움을 맛본다.
남편인 자신보다 더 가족같은 아내의 남자친구.
내 자리인데 내자리를 차지해 버린 불쾌감.
강재훈은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해서 자고 있는 아내의 목을 조르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든든하게 지켜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결국은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을 했던 미안함으로 선뜻 하지 못한다.
"귤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건 사랑이래" 라는 이수진의 대사에 공감대를 갖지 못했다.
귤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건 사랑이라는 말이 통계적이고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아내와 가족을 애틋하게 사랑하지는 않은 강재훈의 귤까주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은 이수진이 강재훈에게 무심코 던진 이수진 속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아들과 아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호주로 유학보내는 건 정이고,
같이 한 지붕 아래서 부딪끼며 사는 것은 사랑이래"라는 표현의 함축적인 말인 듯 하다.
한마디로 말해, 이수진의 저 대사는 시시콜콜해진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극 중 지나는
그래도 요새는 많이 잠잠해 졌지만 역시 이력서의 한줄을 장식하기 위하여 '워홀'이라는 신조어를 낳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2년동안 타지에서 열심히 번돈을 사기당한 지나는 이런말을 한다.
"새벽 5시에 차를 타보면,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 그거 진짜 다 개소리거든요."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게을르지 않았지만 가난했고, 성공을 위해 의심하지 않고 앞만 보며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은 좋은 것이 아니였다.
지나의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라는 말은
강재훈의 "다 빼앗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왜 그렇게 우아한 척 하면서 살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것 같아요."
와 별반 차이 없는 맥락 상통한말이다.
▼강재훈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손에 주소만 적어서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에 간다.
강재훈은 가족이 있는 집에 찾아가지만, 가족 주위에서만 맴 돌 뿐이지 가족에게 아빠가 왔다고 하거나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여기 혼자 왔던 것처럼 조용히... ... .
이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강재훈의 육신이 가족이 있는 호주로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검은색 옷차림으로 간것.
그리고 마치 유령처럼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을 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들날 날락하며
어쩌면 은밀하고 스토커처럼 가족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은 작가가 영화 제목 다음으로 알려 주었던 힌트였다.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집에 도착한 강재훈은 여느때와 같이 정신과 약을 먹는 듯 해보였으나 좀 과하게 먹었다는 것을 끝까지 의심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강재훈이 퇴근후에 초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설마 했다. 강재훈의 꿈속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이 그 전에 끼니를 챙겨먹기란 상식적으로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니깐 말이다.
그럴 걸 보면, 어쩜 강재훈의 죽음은 정신쇠약으로 인한 우발적인 자살 인 것 같기도하다.
마지막에 강재훈이 안소희한테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라서 담담할 줄 알았는데 나도 오늘아침에서야 알았다."라는 표현을 했으니 말이다.
만약 퇴근후 그날 저녁. 강재훈에게 가족이 옆에 있었다면, 가족과 함께한 저녁이였다면 이렇게 우발적인 안타까운 선택과 행동을 했을까 싶다.
▼강재훈은 대한민국 사회가 나름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그 열심대로 열심히 산 한 집안의 가장이다.
허나, 즐거움을 위하여 열심히 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만의 특유의 열심으로 살았기에
대한민국만의 성공의 기준이 무너졌을 때 강재훈이라는 사람 자체가 무너지며 모든 것을 잃어버림이 아닌 사라졌다고 느끼고 표현했다.
지나역을 맡은 안소희는 성공을 위해 대한민국 기준의 열심대로 열심히 미래를 위해 달리는 사람이였다.
이 둘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죽음을 맞이 했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의냐 아니면 타의?냐는 것과
대한민국 사회가 요구하는 그 성공을 하기 전이냐 아니면 그 성공은 해 보았느냐 차이이다.
▼'싱글라이더' 영화 배경인 호주 관광지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겠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시드니는 호주의 최대의 도시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등이 있다.
하버브리지는 시드니를 대표하는 옷거리를 닮은 철제 아치교로서 1932년 개통되었고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아치교이다.
하버브리지 다리 등산은 예약을 해야 갈 수 있으며, 요금을 내고 망루에 오를 수 있다.
강재훈이 하버브리지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괴로워 하자, 호주 노동자가 옆에 와서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뛰어내려 자살 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다리는 나와 우리 노동차 친구들이 지은 다리이다. 많은 인력과 재정과 수고가 들어간 훌륭한 다리이다."
하버브리지는 1920년대 경제 대공황 시대에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지어진 다리로 이 목적은 달성했으나,
이때 쓰인 비용은 한국에서 88올림픽이 일어난 해까지 청산 되지 못했다.
그리고 1920년대에 지어진 철제 다리라서 아직도 매해 녹슨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페인트가 칠해진다.
▲▼호주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강재훈이 고민하고 외국인이 강재훈에게 말을 거는 씬을 통해서
한국의 마포대교가 생각이 났다.
"난 소중한 사람입니다."와 같은 자살 방지 문장 들이 곳곳에 쓰여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한번더 되짚어 보자는 'SOS 전화기(생명의 전화기)'도 마련되어 있다.
호주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과연 같을까. 호주 사람들의 생각도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과연 같을까.
과연 같다면 얼마나 같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하버브리지 처럼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가치있는 다리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번뇌는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똑같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4대강 건설이 생각났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우리 나라 4대강은 건설목적은 어떠한가.
그리고 착공 후 건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4대강은 아름다운 결과를 출력했을까.
▲▼모든 것이 사라지고나서 번뇌하다 극단적이고 아쉬운 선택을 했던 강재훈과 달리
그 아내는 수(호주이름. 한국이름 이수진)는 호주에서 2년동안 있으면서 강재훈과는 많이 달랐다.
"하루도 안쉬고 매일매일 노력하는거 그거 힘들고 귀찮아."라고 말하면서 바이올린을 접으려고 했던 수진은
호주에서 다시 바이올린을 켠다.
아들, 남편 강재훈과 함께 호주에서 살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시립교향악단 채용 면접을 보러 간다.
잠깐 생뚱 맞은 내용이지만, 아래 사진은 영화 '싱글라이더'의 명장면 중 하나인것 같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흰 원피스를 입은 이수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오페라 하우스 배경에 흰색 원피스 의상은 정말 최고였다.)
'싱글 라이더'에서 가장 의욕넘치고 주체적이고 활기차고 멋있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시립교향악단 채용 면접중 왜 오랜만에 바이올린을 다시 잡았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이수진이 대답한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절실하지도 않았고 소중한지도 몰랐어요. 이제 삶의 주체가 되어 살고 싶어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무엇에 쫓겨서가 아닌, 억지로도 아닌, 내가 하고 싶고, 내게 절실하고, 내게 소중하기에
무언가를 하루도 안쉬고 매일매일 노력하는거 그거 기쁘고 재밌는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전반부, 중반부에서는 강재훈은 자신은 아들과 아내가 있는 호주에 와서 아내와 아들을 지켜 본다고 착각하고,
지나는 2년동안 열심히 워홀로 번 돈을 같은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한국에 가기 위해 다시 그 돈을 찾고 있는 줄 안다.
허나, 강재훈과 지나가 서로 대화를 나눌 때는 이미 이 세상에 육신으로 있지 않았던 때이다.
후반부에야 강재훈과 지나는 자신이 죽었음을 알고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강재훈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지나에게 말한다.
"다 빼앗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왜 그렇게 우아한 척 하면서 살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것 같아요."
아직 자신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 지나에게 강재훈이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여기 혼자 왔던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지나는 성공을 위해 달리다가 타의에 의해 모든것이 사라졌고,
강재훈은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성공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은 성공이 아니라,
다 빼앗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우아한척 했었다고 느끼고 자의에 의해 모든것이 사라졌다.
무엇이 우아한 것일까. 진짜 우아한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잠깐, 영화 '싱글라이더'는 호주를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호주의 주요 관광지를 노출해서 영화를 좀더 멋있게 표현한 것 같다.
하버브리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 이어 호주의 남동부에 있는 도시 멜버른에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명물인 12사도 바위가 나온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토퀴에(Torquay)에서 포트 켐벨(Port Campbell)까지 호주 남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로이다.
그 곳에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가 있는데, 12사도 바위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뜻하는 석회암 바위로 현재는 파도에 깍여 12개 중 8개만 존재한다.
여기서 강재훈은 가족 소중함과 참된 성공을 몰랐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그러나 가볍게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끝으로 이승에서의 마지막 걸음, 마지막 여행을 한다.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시인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중 시 두편이 나온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쳤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던 중 어떠한 계기로 더이상 노력할 수 조차 없게 되어서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내가 있었던 그 삶이 사실은 즐기며 살 수도 있었던 삶이였는데
즐기며 사는 삶으로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알았을때 그 허망함과 안타까움은 어떠한 기분일까.
즐기다가 노를 놓쳐버렸다면 덜 억울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넓은 물을 보면서 노를 저었다면 노를 놓치지는 않았었을까.
이 시의 구절은 영화 속 지나(안소희)를 많이 닮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정상을 향해 앞만보고 무작정 열심히 등산을 해서 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올라갈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꽃들이 그제서야 보이는 까닭은
꽃이 내려오는 사람을 향해서만 핀 까닭이 아니라
즐기면서 오르지 못한 등산객의 촉박함과 강박감이 담긴 집착 때문이다.
이 시는 주인공 강재훈(이병헌)을 많이 닮았다.
내 삶이 더 윤택해 지기 위해서
(더이상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내가 무엇을 하든지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한다면,
어쩌면 내가 더 행복해 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게 더 절실하고, 더 소중한 것을 기억하며 무엇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닌
순간순간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다.
일생을 여행처럼.
좋은 정보가 되었나요?!
이상, 좋은 블로그가 되고자 노력하는 꽁용이네였습니다.
http://uni-we.tistory.com/